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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성화란 무엇인가? 칼 융 심리학으로 본 나를 찾아가는 여정
    심리학 지식 2025. 1. 1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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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성화: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꽃

     

    우리는 왜 '진정한 나'를 찾고 싶어 할까요?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러한 자아 탐구의 여정을 분석심리학에서는 '개성화(Individuation)'라고 부릅니다. 개성화는 정신분석학자 칼 융이 제시한 분석심리학의 핵심 개념으로, 인간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하고 진정한 자기(Self)를 발견해 가는 심리적 성장 과정을 의미합니다. 특히 현대인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내적 갈등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개성화의 본질적 의미는 한 개인이 자신의 무의식과 의식을 통합하여 온전한 자기를 실현하는 과정입니다. 이는 단순히 자아실현이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내면 깊숙이 있는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고, 내면의 다양한 요소들을 조화롭게 통합하며, 궁극적으로는 심리적 건강과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그런데 개성화 즉, 자기실현은 아무런 노력과 인생의 고통 없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개성화의 길 위에는 반드시 심리적 장애 요소가 있습니다. 이것은 내면이 더 큰 인격으로 성장하기 위한 고통을 겪는 것과 같습니다. 이 과정이 고통스럽다고 외면한다면 그것은 자신을 해치는 방향으로 성장하며 인생에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신경증이라고 부를 만한 정신적 고통은 어떠한 면에서 긍정적인 증상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정신적 고통이 없었다면 우리는 언제나 미숙한 현재 상태에 머물며 스스로 괜찮다고 말하는 안위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정신적 고통에는 의미가 있고 그것이 인격 성장과 개성화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설령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할지라도 그 우울증은 증상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통해 내면의 무의식이 어디를 향하기를 원하는지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무의식에 대한 이해야말로 개성화, 다시 말해, 진정한 자기를 발견하고 그러한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융의 분석심리학은 인생의 중년기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중년기야말로 진정한 삶의 파고를 경험하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이혼을 경험하고, 갑작스럽고 치명적인 질병을 맞닥뜨릴 수 있습니다. 느닷없이 삶의 의미를 잃어 방황하며 인간 관계 속에서 절망을 느끼기도 합니다. 중년기에 닥치는 페르조나의 상실은 그 가운데서도 큰 고통을 수반합니다. 페르조나의 상실은 사회적 관계와 기대 그리고 집단으로부터 부여받은 세속적인 명예와 칭호의 박탈을 의미합니다. 때문에 지금까지 직업과 속한 집단 즉, 페르조나로 자신을 정의했던 사람에게 그동안 자신이 감당해 왔던 사회적 역할이 가면에 불과하며, 그것으로부터 '버림받음'을 경험할 때 많은 고통에 시달리게 되는 것입니다. 

     

    버림받는 경험은 엄청난 고통이며 심지어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도 여전히 의미와 희망이 있습니다. 원시사회의 성인의례에는 세 가지 단계 즉, 고통, 죽음, 재생이 있습니다. 버림받음의 고통과 방황은 그 가운데 첫 번째 단계에 속합니다. 다시 말해, 버림받음으로 끝나지 않고 성장을 위한 두 가지 단계가 아직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고통은 그가 새로워질 수 있는 기회를 품고 있습니다. 이 새로워짐에 다다르는 것이 바로 자기실현이며 개성화입니다. 고대 신화 속에 등장하는 위대한 영웅들의 이야기가 기존의 질서와 권력으로부터 버림받음으로 시작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제우스와 헤라클레스의 이야기, 모세의 이야기는 버림받음으로 시작하여 그들의 고통을 보여주지만 마침내 그들이 성장하여 기존질서를 개혁하는 영웅으로 성장했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상실과 고통을 경험해야 하는 것이 인생입니다. 이렇게 인생에 다가온 고통을 단순한 문젯거리로 여길 것인지 아니면 의미 있는 고통으로 자기실현의 기회로 삼을 것인지는 자신이 선택해야 합니다. 이러한 고통을 인격성숙의 기회로 삼기보다 방어기제로 외면하고 회피하려 하는 사람이 많기에 자기실현에 다다르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2. 위기 가운데 찾아오는 개성화의 욕구

     

    프로이트는 인간의 기본적인 두 가지 욕구가 '에로스'(성)와 '타나토스'(죽음, 파괴)라고 말했습니다. 융도 이것을 인정하면서 더 나아가 인간에게는 '자기실현의 욕구' 즉, 개성화의 욕구가 중년기에 찾아온다고 보았습니다. 자기실현의 욕구는 인생의 위기와 고통 속에서 다가오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렇다면 자기실현에 다다르면 우리는 어떠한 일을 경험하게 되는 것일까요? 융은 자신의 고통을 잘 감내하며 고통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신경증 혹은 노이로제는 대표적인 위기 중에 하나입니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그것은 우리가 말하는 불안장애나 우울장애, 강박장애 등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분석심리학은 이러한 심리적 장애의 원인 중 핵심으로 '자기로부터의 소외'와 그로 인한 인격의 '해리' 즉, 자아가 여러 갈래로 흩어지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자기로부터의 소외는 외적 인격인 페르조나와 자아를 지나치게 동일시할 때 일어납니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맡은 역할이 인생의 전부라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문제입니다. 정신적인 해리를 경험할 때 의식은 무의식과 따로 작용하며 어느 순간 정신적으로 분리를 경험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원하지 않는 욕설이 튀어나온다거나 어떤 생각이 일어나 강박적으로 해야만 하는 경우와 같습니다.

     

    갱년기는 노화에 따르는 인생의 과정이지만 몸뿐만 아니라 정신에도 여러 장애를 유발합니다. 여성성의 상실이라는 고통과 위기 속에서 그동안 직장, 가족, 사회에 자신을 맞추기만 하며 살아온 사람에게 절망감과 허무 심지어 자살 관념이 생겨나는 이유는 자아의식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절망감에 사로잡힐 때 우울증상이 찾아옵니다. 그러나 이 고통에 무너질 필요는 없습니다. 우울증상은 그동안 밖을 향해 있던 시선은 자신의 내면으로 돌리는 기외학 되기 때문입니다. 증상에 사로잡혀 좌절하기보다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위기 가운데서 개성화의 욕구가 찾아옵니다. 프로이트는 우울증과 공황장애와 같은 신경증을 제거와 치료의 대상으로만 보았지만 융은 그것에 분명한 의미와 목적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고통의 뒤에는 무의식이 그것을 극복하려는 신호를 보내고 있으며, 본능의 모체로부터 떨어져 나간 자아의 뿌리를 되찾으려는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전혀 모르는 사람보다 그것을 경험하고 자기실현의 기회로 삼은 사람의 인격이 훨씬 성숙하며 또한 그 속에는 우리가 가늠하기 힘든 창조적 능력이 숨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융은 "신경증은 아직 그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 마음의 고통"이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러한 고통 속에 있다면 단절된 내면의 세계와 대화하며 관계 맺을 기회가 왔음을 깨달으시길 바랍니다. 그러한 과정을 기회로 인식하고 헤쳐나갈 때 우리는 자기의 전체를 실현하는 참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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